2018년 겨울 바람이 차가워진 날에 송진으로부터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이 떠오릅니다. 초여름에 접어든 어느 날 창문이 큰 방에 모여 앉아 함께 짓고자 했던 노래의 배경이 딱 그런 초록 향이었거든요. 우연히 기타가 등장하고, 누군가의 필름이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져 나왔던 그 날, 프로젝트 메타세콰이어. 각자의 언어를 꺼내어 노래하듯 이야기해보았습니다. 그 날 그 시간이 오랫동안 제 머릿속을 맴돌고 있어요. 그러나 여태까지도 완성하지는 못했습니다. 어째서인지 그냥 그대로 두는 게 더 좋겠더라고요.
또 다른 날에도 그 날처럼 둘러앉았어요. 그리고 입술을 모았습니다. 모았다가 열었다가, 길게 늘였다가 하면서, 들리는 대로 따라 불러보았습니다. 따로 또 같이 들으며 이리저리 펜을 움직였어요. 하나의 팝송 위로 자기만의 한국어 가사를 붙여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각자 써낸 가사를 멜로디에 맞춰 직접 불러보았어요. 같은 곡을 들으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 다른 느낌을 담아내더군요. 우리들의 이야기가 어느 하나 어색할 것 없이 곡에 묻어났어요. 그러다, 역시, 이곳에 정답이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취향관에 오기 시작했던 때 즈음엔 제 마음이 조금 무거웠습니다. 제 일상에 작은 활력을 주고자 시작했던 일이 어느샌가 부담감이 되어 있었거든요. 하고 싶은 말, 떠오르는 그림을 그저 꺼내보기만 해도 좋았던 지점을 어느샌가 벗어나 있었어요. 부르는 가사에 기뻐하기보다는 불려지기를 바랐고, 불려져야만 기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살롱을 통해 저는 다시 답했어요. 기쁘기 위해서라면, 기쁨은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다고 말이죠. 저를 뒤덮고 있던 여러 가지 잣대들에게서 벗어나 오롯이 저만의 기준으로 되물어보았어요. 그 뒤에야 비로소 솔직해질 수 있었죠. 제가 원하는 줄로만 알았던 원치 않던 것들을 가려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진정으로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되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불필요한 짐들을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취향관은 제 하루하루의 원동력입니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하고 바라왔던 공간이자 공동체거든요. 사실 막연한 상상만으로도 즐거웠지만, 직접 경험하는 일은 또 다르더군요. 꿈꿔왔던 이상의 파편을 실제로 쥐어보는 데는 굉장한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생각합니다. 언제든, 취향관에 갈 수 있다는 건, 제 하루하루의 희망이에요.
2018년 겨울 바람이 차가워진 날에, 멤버 송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