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없이 나누는 한 잔의 위스키와 한 웅큼의 대화를 사랑하는 마담 앨린으로부터

시시때때 붙잡고 있지 않아도 별 일이 없게 된 핸드폰에 잔망스러운 관심을 애써 거두곤 합니다. 오늘도 조용히 간간한 소식을 전하는 핸드폰에 왠지 살짝, 아주 살짝 귓볼 뒤 정확히 잘 모르겠는 어딘가가 간지럽게 허전한 느낌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목적을 앞세운 연락들을 만지작거리고나니 간지러운 고독이 찾아왔습니다. 고독임과 동시에 여유고, 여유인 동시에 그리움이 찾아오자 그제서야 가장 편안한 이에게 문득 툭 하고 새로운 연락을 보냅니다. 그가 나의 인사에 무슨 일인지 묻지 않아주어 고마웠고, 그 고마움에 진심을 건넵니다.

그렇게 허전했던 귓볼 뒤로 온기가 다시 느껴졌을 때 깨닫습니다. 우리 사이에 아무 목적이 없다는 것이 곧 우리의 관계를 증명한다는 것을.

취향관에서 만난 이들 덕분에 어떠한 목적도 없이 안부를 건네고,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반가워 달려 나갔던 지난 1년이었습니다. 덕분에 목적보다 앞선 진심어린 정성과 관계의 온기에 기대어 따뜻하고 벅찬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새해에도 취향관의 문을 목적없이 두드려 주시기를. 우리 마음의 달력만큼은, 그저 우연한 만남에서 오는 행복으로 일상이 풍요롭게 채워지기를.

- 아무런 목적 없이 나누는 한 잔의 위스키와 한 웅큼의 대화를 사랑하는 취향관 마담, 앨린


Letter fromAlin 앨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