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대화하기까지
취향관의 새로운 모습을 준비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 년 전 이맘때쯤 첫 시즌을 준비하던 취향관 가오픈 기간에 친구 손에 이끌려 바에 앉았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저는 “자유로운 대화에의 합의가 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라는 아이디어에 공감한 앨린과의 대화가 마음에 들어 멤버가 됐습니다. 이후엔 매거진에 “말 걸어도 되나요?”라는 제목을 글을 썼고요.
제가 생각하는 취향관은 단순하게는 기본적인 합의가 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입니다.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옆 자리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말을 걸기도 하고, 혼자 멍 때리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그렇게 서로를 나누고 취향을 공유하는 일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다정한 규칙들이 이곳에 오래고 편안하게 머무를 여지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누군가와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공유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가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이로 지냅니다.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 한다고 해도 모든 마음과 생각을 온전히 나누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어색함과 수줍음, 첫 만남이라는 불편함에 우리에게 주어진 가능성을 자주 놓쳐오지 않았나 돌아보곤 합니다.
지난 일 년 간, 취향관이 새로운 관계와 마음 속 깊이 출렁 거리는 이야기를 나눌 상대에 갈증을 느껴 대화가 이루어지는 토양을 마련해왔다면, 이제 그 경험으로 키워온 즐거운 상상을 함께 현실로 끌어내고자 합니다. 우리의 취향이 무엇이든 될 거라는 암묵적이고도 열린 합의로, 다양한 주제를 표현하고 기록하는 방식의 무수한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서로의 곁에 느슨히 앉은 우리는 더 풍성한 내일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취향관 문을 열고 들어올 당신을 기대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 적당한 행복과 적절한 불행의 경계에서, 재은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