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취향관 마담 케이트

End of the day : 그 때 헤어지면 돼

참 오랜만에 마른 밤 하늘을 달리네요, 축축하지 않은 공기를 가득 머금고 싶어 운전석 옆 창문을 끝까지 내리고 오디오 볼륨을 키웠어요. 자정이 넘어 취향관의 문을 닫고 집까지 가는 길은 차로 15분 남짓. 그 시간 동안 저는 주로 노래 한 곡을 반복해서 듣거나 마음에 남아있는 단어, 문장 하나를 골라 곱씹어 보곤 해요.

멜로디에 맞춰 핸들을 붙잡고 있는 손가락을 까딱까딱 하다가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그 위에 가사를 얹고 나면 머릿속에 한 문장이 남아요. 외우듯 배웠던 문장을, 단어를, 감정을 그렇게 나와 연결하고 나면 나라는 세계의 질서가 만들어지거든요.


우리 나중에는 어떻게 될진 몰라도

정해지지 않아서 그게 나는 좋아요

남들이 뭐라는 게 뭐가 중요해요


절대 실수하고 싶지 않았던 때가 있었어요.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었거나 완벽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건 아닌데도 말이예요.

누군가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던 걸까요, 그냥 미안한 마음을 갖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혹시 누군가에게 내가 나쁜 사람으로 남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을 수도 있고요. 그렇게 실수하지 않으려고 애써 참고, 자라나는 마음의 싹을 잘라내고 그러다보니 상대에게 실수를 하거나 한 밤 중에 이불킥을 할 일은 없었지만 그 때 나는 한 뼘도 자라지 못한 것 같아요.

어쩌면 저는 실수를 두려워 하기보다 실수 후에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할 것을 두려워 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결과를 모른다고 시작조차 하지 않았던 건 두고두고 지금까지도 후회가 되는 걸 보면요. 남들이 뭐라든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요. (그리고 사실 사람들은 남의 일에 관심이 별로 없기도 하고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면 또 어때요.

그냥 그때, 그때 순간에 집중하고 솔직하면 좋겠어요. 그 결과가 실수라면 그때 다시는 그러지 않으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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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취향관 마담 케이트

Take your pleasure seriously. 유머가 없는 삶은 (거의) 무의미 하다고 믿습니다. 글보다는 유연성을 가진 농담이 섞인 대화를 사랑하지만 편지도 말하듯 주고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고단한 하루의 끝에서 서로를 위로할 질문과 대화를 나누며 이 질문에 답할 상대를 기다립니다.

👀요즘 나의 화두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뭘까. 그래서 살지 않겠다는 부정적인 태도가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것인지' 이어지는 질문에 답하며 삶의 가치와 이유를 찾아내고 싶다.

✍️당신과 대화하고 싶은 주제는?

  •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어 학습하는 낱말의 뜻, 감정의 정의가 아니라 나의 삶과 관점 안에서 해석한 단어, 문장, 감정에 대해 내밀한 경험과 고백을 나누고 싶습니다. 오늘은 어떤 단어/문장에 꽂혔나요? 그리고 그 단어/문장은 당신 안에 어떻게 기록되었나요?


 
Alin 앨린